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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의 시대 인문사회의학의 역할

최종 수정일: 4월 7일


 

이 칼럼은 연세춘추 1798호(2017.09.18)에 게재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는 이름이 다소 낯선 인문사회의학 석·박사 협동과정이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의사학과, 의학교육학과와 연세대학교 철학과, 사학과, 사회학과, 교육학과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융합 교육과정이다. 인문사회의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보면 의과대학이나 의사들이 공부하는 학문의 한 분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거기에는 의과대학 교수, 일반대학 교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치과의사, 임상심리사 및 문학, 철학, 사학, 사회학, 교육학, 미술학 등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사회 현장에 있다. 다양한 전공의 사람이 왜 인문사회의학을 공부하고 있을까? 대답은 융합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특정 학문분야의 단일 개념이나 원리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문학,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의 융합을 말한다. 그리고 의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의 융합을 이야기한다.


20세기 이후 의학은 인간의 출생, 질병, 고통 및 죽음을 환원주의 입장에서 연구하고 발전시켜 왔다. 실로 그 결과는 놀라운 것들이다. 인간의 유전자의 완전한 해독하고 그 결과를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것, 인간의 세포와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서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복원시키는 재생의학,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질병 경력, 생활습관 등을 사전에 인지하여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학, 3D프린팅, 나노의학 등 의료와 IT의 융합,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활용 등 과거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융합적 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한편, 의학이 인간의 질병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와 접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주로 생물학적 측면에만 편중돼 온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의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자연과학이라는 틀에 갇혀서 인간을 하나의 물체로 대해 온 경향에 대한 반성이다. 이런 자기 성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인문사회의학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의에 따르면 인문사회의학은 의학, 의료를 바라보는 과거의 생물학적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의학의 새로운 설명모델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설명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의료인의 양성과 의학과 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문사회의학은 인간과 인간이 가진 질병을 구분하지 않으며, 인간의 질병에 대한 심리,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통합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즉, 인간의 질병은 인간과 분리된 병원체로 분석할 대상이 아니라 그곳에는 가치관, 사회관, 질병관, 고통의 주관성, 치료에 대한 인식, 종교적 신념과 행위, 자원의 효율적 분배, 의료비용 등 환자가 처해 있는 인문사회적인 요소가 공존한다. 인문사회의학은 이러한 공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인문사회의학은 의료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환자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자신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음을 해석한다. 의료서비스는 과학적 측면과 아울러 사회학적 측면을 동반하는 상호작용의 하나이기 때문에 의학과 의료의 변화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인문사회의학은 의료가 가진 독특하고도 어려운 문제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고민,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적 사고와 행동을 강조한다.


융합의 시대 인문사회의학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첫째, 인문사회의학은 환원주의적 의학 패러다임의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 사람들은 환원주의적 접근이 한계에 도달했다고도 말하며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의료, 의학 및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하여 환원주의적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학문간 융합이 중요하다. 둘째, 인문사회의학은 스펙트럼의 양 끝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문학과 의학을 연결해야 한다.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한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 둘이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적어도 인문사회의학은 이 둘이 다르지 않음을 설명하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인문사회의학은 인간의 출생, 질병, 고통 및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전인적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즉, 인간을 질병을 가진 객체가 아니라 고통받는 주체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사회의학은 이러한 사유의 틀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문사회의학은 성찰적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윤리, 정의, 부의 재분배 등의 가치에 대한 성찰과 탐구가 중요하다. 인문사회의학에는 탐구해야 할 주제가 너무도 많다. 더 많은 사람이 인문사회의학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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