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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육과 의사면허국가시험

최종 수정일: 4월 7일

 

이 칼럼은 대한의학회 뉴스레스 81호(2017.3)에 게제되었습니다.


의사면허국가시험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에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여 ‘의사 면허’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절차적 과정을 통해 면허를 가진 의료인만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의사면허국가시험의 정당성은 의료가 ‘신뢰재(믿음을 갖고 서비스를 선택한다)’, ‘경험재(경험을 통해 그 가치를 인식한다)’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 또는 전문 기구가 일정한 자격 요건을 설정하여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는 이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의사면허국가시험이 의과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이나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의사 면허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신뢰롭게 평가해 왔다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의사면허국가시험은 의사가 갖추어야 하는 역량과 자질을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면허취득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진료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의사면허 취득자 대부분은 졸업 후 수련 과정인 인턴과정에 진입한다(2017년 의사면허 취득자 3,095명, 인턴 정원 3,217명). 의사면허 취득이 제한 없는 독자 진료를 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진료 자격’이 아니라 ‘독자적인 진료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졸업 후 수련에 들어가는 자격을 갖추었다’는 현실적 이해가 중요하다. 이것은 의사면허국가시험과 의과대학 교육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의사면허국가시험과 의과대학 교육을 자료원(reference)과 영향세(influence)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평가는 교육의 결과를 확인하여 피드백하거나 판단을 하는 과정이다. R. Tyler는 교육과정 개발 이론에서 ‘목표-내용선정-경험조직-평가’의 순환적 모형을 제시하였다. 이 모형에 따르면 의사면허시험은 의과대학 교육을 평가의 자료원으로 삼아야 한다. 의과대학의 교육목표, 교육내용, 경험 등은 의사면허시험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의사면허국가시험은 영향세로서도 기능한다. 의사면허국가시험은 한번 실패할 경우 1년을 기다려야 다시 응시할 수 있는 고부담평가(high-stakes assessment)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울프Alison Wolf는 고부담평가는 학생들에게 매우 강력한 무기로 인식된다고 하였다. 미국의 유명한 의학교육학자인 밀러George E. Miller는 ‘평가는 학습을 유도한다’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의사면허국가시험이 영향세로서 의과대학 교육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몇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의과대학 학생들의 학습형태와 교육과정 편성에 관해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4학년 1학기부터 의사면허시험 준비를 시작하는 학생이 50%이상, 4학년 2학기부터 시작한다는 학생들도 30% 였다. 많은 의과대학들이 4학년 2학기에는 의사면허국가시험 실기와 필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집중강의, 실기시험에 초점화된 훈련, 모의시험과 실기 평가 과정으로 구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의사면허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개된 문제집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고,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 한다는 학생은 10%가 넘지 않는다. 의사면허 실기시험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실기시험이 의과대학의 임상실습 교육을 내실화하고, 임상실습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 변화를 가져왔으며, 대학이 교육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도록 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실기시험의 평가항목을 암기하기 시작하였고, 임상실습 교육이 실기시험 항목에 집중되면서 시험위주의 임상실습 교육이 되었다고 보고한다.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고부담평가인 의사면허국가시험이 의과대학 교육과 학생들의 학습형태에 의미 있는 영향세로 작용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의과대학 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의사면허국가시험은 이러한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여 피드백하고 판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의사면허국가시험이 의과대학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현실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영향력이 의과대학 교육과정, 학생들의 학습형태, 교수들의 교육과 평가방법에 긍정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시험이 독자적인 진료를 허락하는 면허시험이 아니라 졸업 후 수련교육 단계에 들어가는 자격을 검정하는 시험이라는 현실적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졸업 후 수련교육에 들어가는 단계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측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졸업 후 수련교육 단계에 진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대한의학회의 관심은 의미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과대학-의사면허국가시험-졸업 후 수련과정’의 교육과 평가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논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느슨한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 같다.


2012년 2월 1일 개정되어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고등교육법시행령은 ‘인증평가를 지 않은 의료인 양성기관에 입학한 학생은 의료인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2016년 11월 29일 개정된 고등교육법시행령은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받지 않은 대학은 입학정원 모집정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개정된 고등교육법은 2018년부터는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통해 인증받은 대학의 졸업생만 의사면허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의과대학 인증평가는 의과대학 스스로 교육을 내실화하고,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담보하는 강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의사면허시험과 의과대학 인증평가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고부담평가인 의사면허시험을 일정수준 저부담 평가로 전환하는 기초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인증평가를 통해 대학의 종합적인 교육역량과 졸업생 수준을 보장하도록 하고, 의사면허국가시험은 졸업 후 수련 교육 단계 진입을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역량을 새로이 규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의사면허시험과 의과대학이 좋은 의사, 역량있는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 평가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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