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의사 양성의 사회적 가치와 비용 분담을 위한 제안

최종 수정일: 4월 7일

 

 

 

양은배(2019). 의사 양성의 사회적 가치와 비용 분담을 위한 제안. 계간의료정책포럼 17(2): 35-40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의료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의료의 접근성, 비용, 질이라는 측면에서 외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의료서비스를 공공 영역에 두고 의사 양성비용의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한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의료를 사적 영역에 두면서도 의사 양성비용의 상당부문을 국가가 부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료를 사적 소비재로 인식하면서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리 영역에 두고 있고, 그럼에도 의료서비스 및 의사 양성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나라의 의료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열역학 제1법칙(모든 에너지는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할 뿐 스스로 발생하거나 소멸하지 않는다)이나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로섬(여러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모든 이득의 총합이 항상 제로가 되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의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까지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거나 에너지가 전환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에너지 총량을 계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오늘날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준을 가능하게 했던 의사 양성 비용을 추계해 보는 것이다. 양은배 등(2019)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의과대학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용이 3,835만원, 전공의 수련 교육비용은 수련의 1인당 8,267만원이며,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과대학 교육 단계부터 인턴과 전공의 수련 단계까지 교육과 수련을 받는 총 인원을 반영한 의사양성의 총 비용을 계산해 보면 연간 약 1조 9천 억 원 정도이다. 이러한 의사 양성비용의 대부분은 의학교육기관이나 수련기관이 부담해 왔으며, 공공지원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의료서비스의 특징과 의사 양성의 사회적 가치

의사 양성비용의 공공지원 대한 논의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의아해 할 수 있겠지만, 의료서비스의 특징과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양성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 될 수 있다. 첫째는 의료서비스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이다. 의료서비스는 경합성(소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편익이 감소)과 배제성(일단 공급이 되면 소비를 막을 수 없음)을 가진 사적 재화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재화이다. 또한,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새로운 기술개발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외부경제효과가 큰 영역이다. 이러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의료서비스와 의사 양성비용에 대한 공공지원은 정당화될 수 있다. 둘째는 사회적 관점에서 의료서비스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공익사업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의료서비스에 대한 특수한 평등주의(Tobin, 1970)와 재화평등주의(Rosen, 2011) 관점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의사 양성비용에 대한 공공지원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관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셋째는 교육 및 수련의 사적 수익과 사회적 수익이라는 교육경제학적 관점에서 공공지원의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다. 사적 수익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이 개인에게 귀속되는 수익을 의미하며, 사회적 수익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이 개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수익을 말한다. 백일우(2007)는 사적 수익과 사회적 수익의 공통부분이 클수록 그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고 보았다. 의료서비스와 이러한 서비스를 담당하는 의사 인력 양성은 공통부문이 큰 영역이므로 이에 대한 공공지원은 건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방향이 된다. 마지막으로 의료서비스와 의사 양성은 환자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김경희(2016)는 Makary & Daniel의 연구를 인용하여 미국의 의료과오로 인한 사망자가 25만 1천명에 달하여 사망원인 세 번째로 보고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도의 경우에도 의료과오와 의료사고 수준이 매우 높음을 보고한 바 있다. 김새롬 등(2015), 김민경 등(2017)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 양성을 위한 수련환경이 수련의 정신적 건강과 근접오류, 의료과실 등과 높은 상관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여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발전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의 연장선에서 의료서비스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비용에 대한 공공지원은 타당성을 갖는다.

 

외국의 의사 양성 비용 추계와 비용 분담 사례

의사 양성비용에 대한 연구는 1910년에 발표된 플렉스너(Flexner) 보고서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다(Ludmerer, 1985; Robert, 1997). 미국에서 이루어진 몇 몇 연구를 살펴보면, Gammon & Franzini(2011)은 의과대학 학생 1인당 7천 4백만원, Sebastian(2018)은 의과대학 학생 1인당 양성 비용을 국립 6천 6백만원, 사립 9천 7백만원으로 발표하였다. 미국에서는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의과대학 비용을 주정부에서 23%, 연방정부 연구기금 8%, 의과대학 자체부담 18%, 임상진료 수입 28%, 기부금 등 다양한 주체들이 분담하고 있다(Cooke, Irby & O’Brien, 2010). 미국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의 발표에 따르면, 전공의 1인당 수련 비용은 1억 4,00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비용의 70%는 메디케어(직접비용 20%, 간접비용 50%), 비용의 30%는 메디케이드 및 기타 민간의료보험회사 등이 분담하고 있다(Henderson, 2018). 다음의 표 1은 의사양성 비용 분담과 관련한 외국의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김경우 외, 2013; 박상민, 2014; Institute of Medicine, 2014의 연구 재정리). ​

국가

지원주체

지원 사례

미국

메디케어

직접수련비용(인건비, 복리후생비, 행정직원비용, 간접비 등)

: 39억 달러(1인당 연간 10만 달러)

간접수련비용(전공의로 인한 병원의 생산성 감소 및 수련교육을 위한 기관 비용): 연간 97억 달러



메디케이드

주 정부마다 지원 항목이 다르며, 직접, 간접수련 비용 38억 달러


국가 보훈처

직접수련비용 6억 달러, 간접수련비용 7억 달러


주 정부 예산

주별 또는 지역별로 의학교육을 장려하는 정책에 따라 특별지원


영국

정부

의료서비스가 국영화되어 모든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부담

: 1인당 전공의 수련비용: 40,108파운드 (약 7,200만원)

독일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공적재정으로 부담


일본

정부

의과대학 졸업후 필수임상수련과정에 대해서 국가 일반회계로 지원

캐나다

보건부

전공의 인건비, 진료활동과 수련활동에 들어가는 병원 간접비 지원

교육부

지도 전문의 인건비 지원



의사 양성비용 추계와 비용 분담에 관한 외국의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의료서비스를 사적 재화로 보지 않고 공공의 지원이 정당화되는 사회적 가치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수련의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즉, 수련의에게 계약 관계에 의한 노동의 대가로 봉급(salary)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와 수련의 관계를 전제로 재정적 지원(stipend)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의사인력을 양성하는 수련기관에 대하여 교육 및 수련에 소요되는 간접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의과대학 학생의 임상실습 교육은 의사의 생산성을 30-40% 감소시키고,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기관의 비용은 그렇지 않은 기관보다 36%의 비용 증가가 있다(Cooke, Irby & O’Brien, 2010)는 선행 연구는 의과대학과 전공의 수련기관에 대한 간접비용 지원을 정당화 한다. 넷째, 의사 양성비용 분담이 다양한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공공재로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재원, 건강보험 재정 등을 통해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주 정부, 민간보험회사 등도 비용 분담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은 의사양성 비용 분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 본 이러한 시사점과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2019년 보건복지부 예산 72조(사회복지 60조, 보건분야 12조) 가운데 의료인력 양성 및 적성 수급관리 예산은 249억에 불과하고, 이 중 전공의 등 육성지원 및 전문의 자격시험 관리 예산이 13억 이라는 점은 의료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의사 양성비용 공공지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의사 양성비용 분담을 위한 논의의 출발

의사 양성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공공지원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의사 양성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상호 성숙한 이해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일의 출발을 위해 ‘의사 양성 비용 분담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 구성’을 제안한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논의체에 의료서비스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국가, 대한의사협회, 의과대학과 수련기관, 지방자치단체, 일반 국민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가는 의료서비스와 의사 인력 양성이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며, 대한의사협회는 현장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들의 대표기구이다. 의과대학과 수련기관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과 수련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주체이며, 의과대학과 수련병원기관이 위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일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의 높은 접근성, 높은 서비스 질, 낮은 의료비용 측면에서 혜택을 받는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논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것은 의사 양성비용 분담이 단일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에 의한 공동의 분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 양성비용 분담은 우수한 의사 인력 양성을 통해 안전하면서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비용분담의 주체의 다양화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특정 주체에 의한 비용 지원은 의료서비스 제공 및 의사인력 양성이 지나치게 공적 영역으로 귀속되어 자율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공공지원에는 그에 따른 책무가 따른다. 공공지원 주체와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주체 상호간의 책무 균형이 중요하다.

의사 양성비용 공공지원과 분담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는 지금까지 논의된 의사 양성비용 공공지원 방안 가운데 일견 타당한 것들에 대해서 빠르게 검토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 특별법 제3조에서 ‘국가는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공공지원의 근거가 될 수 있고, 교육(수련)기관의 의사 양성 교육 및 수련에 따른 비용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건강보험수가가산, 국민건강증진기금의 활용 등에 대한 제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의과대학과 수련기관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논의 구조에 포함되는 것은 의사 양성비용 분담을 위한 새로운 소통의 시도이다. 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환자안전에 대한 이슈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꺼이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의사 양성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에서 흔히 제기되는 쟁점은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 보건의료정책의 우선순위,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비 상환 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모든 현안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환자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분명해 진다. 의료의 접근성, 질적 수준, 낮은 비용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한 혜택을 국민과 사회가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한 소통의 장이 마련된다면 우리 국민은 의사 양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을 할 것이다.

 

참고문헌

Cooke M., Irby D.M. & O’Brien B.C.(2010). Educating physicians: A call for reform of medical school and residency. Jossey-Bass.

Gammon E. & Franzini L.(2011). Revisiting the cost of medical student education: A measure of the experience of UT Medical School-Houston. J Health Care Finance, 37(3), 72-86.

Harvey S. Rosen H.S. & Gayer T. (2011). 재정학. 9판서울 : McGraw-Hill Korea. 이영, 전영준, 이철인, 김진영 역

Henderson M.C., Kizer K.W. & Kravitz R.L.(2018). Academic health centers and medicaid: Advance or retreat?. Academic Medicine, 93(10), 1450-1453.

Institute of Medicine(2014). Graduate medical education that meets the Nation’s health needs. Institute of Medicine of the National Academics.

Ludmerer K.M.(1985). Learning to heal: The development of American medical education. New York: Basic Books.

Robert F.J. & David K.(1997). On the cost of educating a medical student. Academic Medicine, 72(3), 200-210.

Sebastian G. & Pieralessandro L.(2018). How much does it cost to train a physician in colombia?. Rev. Cienc. Salud. Bogotá, Colombia, 16(2), 219-236.

Tobin J.(1970). On limiting the domain of inequality. The Journal of Law & Economics, 13(2), 263-277.

김경우, 이승화, 박훈기(2013).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교육수련제도 개편방안. 대한의사협회지, 56(1), 891-898.

김경희(2016). 미국 사례를 통해 본 의료분쟁의 문화적 해결책 모색. 의료정책포럼 14(4). 31-35.

김민경, 문우리, 기동훈, 이상형, 조영대, 남기훈, 안치현(2017).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새롬, 김승섭, 김자영(2015). 한국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건강, 인식된 환잔안전: 2014 전공의 근무환경조사. 보건사회연구 35(2), 584-607.

박상민(2014). 전공의 수련환경 정상화, 외국에서는 어떻게 실현하고 있나?. 의료정책포럼, 12(2), 67-71.

백일우(2007). 교육경제학. 학지사

양은배(2019.5.11.). 의사양성비용과 공공지원 방안. 의사양성비용 국가지원 모색 토론회 자료집. 대한의사협회.

Comments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Department of Medical Education

© 2025 Edited by Eunbae B. Yan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