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의 비전과 과제
- ynara2511
-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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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5일 전
이 칼럼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제18회 우리나라 의사과학자의 생로병사 학술 포럼(2022.9.22.)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필자는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 성장 단계, 그리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과 관련하여, 무엇을 진단해야 하고, 어떤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몇 가지 생각해 볼 질문이 있다고 한다.
첫째 질문은 의사과학자 양성의 비전은 무엇인가? 입니다. 우리는 코비드-19 이후 의사과학자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많은 분이 공감하는 측면도 있지만, 반드시 의사과학자이어야 하는가? 에 대한 반대 질문도 있다. 이러한 질문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과학자 양성의 비전이 불명확하고, 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에게 그 비전이 공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은 미래의 어느 시점의 모습이다. 우리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중요하다고만 말한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가져올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이나 성과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말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가져올 미래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구체적이고, 그럴듯한 비전을 만드는 작업이 첫 번째가 아닌가 생각한다.
비전의 또 다른 측면은 직업 또는 개인 의사과학자의 비전에 관한 문제이다. 의사과학자 경력을 밟고 있는 사람은 하나 같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말하고 있으며, 비전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의과대학에 입학한 많은 우수한 학생이 진료 분야의 비전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한다. 정말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만 미래 희망이 없어도 좋아서 한다. 의사과학자 경력 개발 경로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직업으로서의 의사과학자는 장래가 밝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비전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사과학자 육성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그러나 의지에 대한 믿음은 약하다), 의사과학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여러 가지 지원이 있으나 지속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다), 선배 의사과학자의 롤모델(잘나가는 선배 의사과학자를 찾기 어렵다, 힘들어하는 선배 의사과학들을 자주 본다), 신나게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연구는 강조되지만, 현실은 진료이고, 연구는 눈치로 하는 것이다)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되어 비전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 질문은 의사과학자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는가? 입니다. 정체성은 가치관, 신념, 특성을 포함하여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가리키는 말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오랜 기간 의사과학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마디로 의사과학자로서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 여러 번의 단절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상당수가 연구에 관심이 있지만, 연구 관련 경험에 노출되지 않아 의사과학자 정체성을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첫 번째 단절이다(이것은 의사과학자 초기 정체성 형성 실패이다). 일부는 의과대학 시기에 연구 경험에 노출되고 의사과학자 초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인턴과 전공의 수련 과정에 들어가면서 두 번째 단절이 일어난다(이것은 의사과학자 초기 정체성과 중기 정체성 형성 단절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 기초의학이나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경우가 있다. 어렵게 전공의 수련 과정에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경우도(물론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 제도가 시작되어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는 하다), 전공의 수련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켜 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이것은 의사과학자 중기 정체성 형성 실패이다). 마지막은 전공의 수련 이후에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개발하는 예도 있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안정적인 자리, 연구비 확보, 연구 환경이 미흡하여 다시 임상이나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경우이다(이것은 의사과학자 후기 정체성 형성 실패이다). 모두 세 번의 정체성 형성 단절이 있다. 의사과학자로서의 정체성 형성을 위해서는 경력 개발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의과대학에서의 연구력 교육과정 도입, 연구전공의 제도 도입은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질문은 의사과학자의 연구 생태계는 발전하고 있는가? 이다. 많은 분이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필자 또한 너무도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많은 분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George Tansly는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 즉, 개방성, 다양성, 상호작용성, 공진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개방성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지속해서 에너지를 유입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다양성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과 에너지의 종류가 다양해야 발전한다는 의미이다. 상호작용은 생태계 주체 간의 상생과 공생을 통환 순환 관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공진화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 진화, 유지, 발전을 의미한다. 이러한 네 가지 요소를 의사과학자 생태계와 관련지어 보면, 생태계로 유입되는 에너지는 매우 제한적이며, 조건이 많이 붙어 있다. 최근 정부 중심의 전 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과 연구비 지원이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의사과학자 연구개발의 전체 규모는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의사과학자 생태계는 다양성보다는 동질성을 특징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타 분야 연구자의 협력과 융합, 기초, 임상, 중개 및 사회과학 등 다양한 연구 주제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의사과학자 생태계의 상호작용성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의사과학자, 기관(대학, 병원, 연구기관 등), 정부, 사회 인식, 제도 및 환경적 요인이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의사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진화는 의사과학자가 처음 약속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의사과학자의 성과가 나타나고 사회에 환원되고 피드백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키워드가 중요하다. 첫 번째 키워드는 긴급성이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성과가 창출되기까지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긴급성이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비전 공유이다.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키워드는 정교화이다. 의사과학자 육성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세심하게 수립하고 다듬는 일이다. 거시적인 담론도 필요하지만, 정교화 작업도 필요한 일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실행 전략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의지이다.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과 지원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또 우리에게 그러한 의지가 있어서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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