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이 학생평가에 관한 신화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신화적 믿음은 절대적 믿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즉, 시험은 곧 경쟁이고 이것을 통해 학습 동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시험을 통해 산출되는 객관적인 숫자는 언제나 정확하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공정(fairness)이라는 개념이 더해지면서 평가에 대한 신화는 절정에 도달한다.
학생평가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즉 학습의 사정(assessment of learning), 학습을 위한 사정(assessment for learning), 그리고 학습으로서의 사정(assessment as learning)이 있다. 학습의 평가는 특정 과목이나 과정이 끝나는 시점에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학습을 위한 사정은 학생의 성취 수준에 대하여 시기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고 강화하는 기능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정은 학습의 강화와 촉진이 교수학습의 근본적인 목적이고 교육기관의 본질적 사명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학습으로서의 사정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과제 수행을 평가하고 여기서 나온 평가 정보를 활용하여 자신의 학습을 진단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초점을 두는 평가이다. 즉, 사정 과정에서도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평가와 학습을 통합한 개념이다. 의학교육 현장에 있는 교수자와 학습자 대부분은 교육평가를 ‘학습의 사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의학교육 기관 인증평가에서 ‘학습을 위한 사정’ 관점에서 형성평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의학교육 현장은 ‘학습의 사정’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학습으로서의 사정’은 개념에 대한 논의가 있는 정도이다. 의학교육에서 학생평가는 세 가지 관점이 균형을 가져야 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과 조화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개별 교과목이나 과정에서는 사정과 학습을 통합한 ‘학습으로서의 사정’ 기회가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행동 변화를 위한 의도적 활동이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학습자의 발달과 성장을 위한 ‘학습을 위한 사정’을 확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과바탕교육과 환자 안전 관점에서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학습의 사정’이 이루어져야 한다.